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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생각/인물 돌아보기

다비드, 약해서 강한 믿음

연약하기 때문에 믿음이 강해진다는 말.

역설적인 것 같으면서도 경험해 보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인 것 같아요.

성경 전체를 통틀어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 중 하나인 다비드를 보면

특히 이 말이 뼈 저리게 와닿을 거에요.

 

다비드(דוד:사랑받다)는 이샤이의 막내로 목동이었어요.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성인이 아닌 남성은 사회적인 대우를 기대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왕이었던 샤울이 마음의 병을 앓으며 민심을 잃어갈 때,

쉬무엘은 새로운 왕을 찾기 위해 이샤이의 아들들을 불렀죠.

이샤이는 아직 미성년자였던 다비드를 제외했지만,

쉬무엘은 다비드야말로 하나님이 선택한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기름을 부어 그를 차기왕으로 정했죠.

적어도 다비드가 집안에서 그다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었고,

이것은 다비드를 내성적인 성격으로 만들며,

평생의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해요.

시편에서 '모태에서부터 죄인이었다'는 고백도 이 컴플렉스가 반영되었을 수도 있죠.

 

그래도 그는 제법 인기인이었던 것 같아요.

샤울이 마음의 병으로 괴로워 할때,

신하들은 다비드가 리라를 잘 연주한다면서 그를 추천하거든요.

적어도 그는 고관의 추천을 받아 왕궁에 들어갈 정도의 인기와 실력은 있었던 거죠.

펠레셋과의 전쟁에서 다비드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형들에게 줄 간식을 가져갔지만,

목동일은 방치한 채 싸움구경하러 왔다면서 오히려 큰 형에게 크게 혼나고 말아요.

당시 펠레셋의 선봉장이었던 골리앗 때문에 샤울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어요.

다비드가 자신이 골리앗과 싸우겠다고 하자,

샤울은 당연히 어린 소년의 참전을 반대하죠.

다비드는 목동일을 하며 맹수들과 싸웠던 모험담을 얘기하며 허락을 요구했고,

결국 샤울은 허락하고 말아요.

다비드는 뛰어난 슬링 솜씨로 골리앗을 쓰러뜨리고 결국 살해하기에 이르죠.

이 일로 다비드는 엄청난 영웅이 되어 명성을 얻게 되지만 샤울의 견제를 받게 되요.

 

샤울은 12가문 중에서 가장 세력이 약한 벤야민 출신이어서 지지기반이 불안정했어요.

거기에 계속된 실수로 대사제인 쉬무엘도 떠나버리고 왕위가 위태로워진 상태였죠.

여기에 다비드가 전쟁영웅으로 급부상하면서 정치적으로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죠.

다비드는 예후다 출신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샤울은 그를 죽이기 위해 음모를 세우지만,

다비드가 오히려 훌륭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그를 사위로 삼게 되요.

결국 샤울은 다비드를 암살하려고 하지만,

아들 요나단과 딸 미칼의 도움으로 다비드는 적국 펠레셋으로 도망치고 말아요.

펠레셋에서 다비드는 적장이었기 때문에 환영받지 못했고, 미친 척해서 살아남았죠.

 

펠레셋과의 전쟁에서 샤울이 전사하자,

그는 이스라엘로 돌아와 왕위에 오르게 되요.

하지만 그것도 이스라엘 전체가 인정한 왕위는 아니었어요.

12가문 중에서 르우벤, 갓, 메나쉐 3가문만 인정한 반쪽짜리 왕이었죠.

그는 이스라엘 전역을 다스리는 왕이 아닌 예후다의 왕일 뿐이었어요.

그 때문에 샤울 집안과의 내전은 피할 수 없었죠.

결국 그의 아들을 암살해야 했어요.

대외적인 전쟁과 내전이 끊이지 않던 중에 그는 부하의 아내인 밧셰바와 불륜을 저지르고,

그 부하마저 격전지로 보내 죽여버렸어요.

하나님은 예언자 나탄을 통해 "당신의 집안에 칼이 떠나는 일은 없다"는 저주를 내리시죠.

밧셰바와의 사이에서 나온 첫아기는 죽었고,

이후에 태어난 아기가 바로 쉴로모이죠.

 

이후, 다비드의 장자인 암논이 누이 타마르를 강간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아브샬롬은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다비드는 침묵했어요.

장자이자 후계자인 암논을 주눅들지 않게 하려는 것도 있었겠지만,

자신이 강간이나 불륜에서 떳떳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겠죠.

아브샬롬은 도망쳤지만, 다비드는 요압을 시켜 그를 다시 불러오게 해요.

하지만 왕궁의 출입을 금지시키죠.

장자인 암논이 살해당하고, 차자마저 죽은 상황에 제1왕위계승자는 아브샬롬이었어요.

다비드는 아브샬롬이 스스로 뉘우치길 바랐지만 그걸 설명해 주지는 않았어요.

아브샬롬으로서는 다비드를 이해할 수 없었고,

자신의 지위에 대한 불안감만 가지게 될 뿐이었어요.

 

아브샬롬은 결국 반란을 일으켜 암논을 살해하고

다비드의 후궁들을 공개적으로 강간하는 만행을 저질러요.

이 반란은 치명적이게도, 다비드의 정치 기반인 예후다 가문이 동참한 반란이었어요.

다비드는 정적들로부터 온갖 모욕을 받으며 피신한 뒤,

군대를 재정비하고 이중첩자를 이용해 아브샬롬을 진압하는데 성공해요.

아브샬롬은 요압에게 살해당하고 말죠.

이후 다비드가 늙어서 병석에 눕자,

아들인 아도니야가 제멋대로 대관식을 벌여 스스로 다비드의 후계자가 되려고 해요.

정작 다비드는 쉴로모를 후계자로 삼죠.

 

이 사람의 일생은 실수의 반복이기도 하면서,

도망과 패배와 실패의 반복이기도 해요.

특이한 점은 항상 하나님을 찾았다는 점이죠.

인간적으로 아쉬울 게 없던 샤울이 하나님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내세웠던 점을 보면,

오히려 다비드는 심적으로나 환경상 굉장히 약했기 때문에

하나님을 강하게 붙잡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다사다난한 삶에서 어쩌면 아예 삶을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을,

다비드는 끝까지 하나님을 찾으며 그 분께 울부짖었어요.

수많은 실책에도 불구하고 그가 하나님의 사람이었고,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으로 인정 받을 수 있었던 것.

최후의 패배자로 기억되는 샤울과 다른 것.

그것은 그의 믿음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