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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생각/인물 돌아보기

요압, 권력에 심취한 세도가

누구에게나 믿음직한 동료는 필요해요.

하지만 사람은 다양하고, 어떤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될수도 있고 위험이 될수도 있죠.

요압은 다비드에게 있어서 든든한 아군이면서,

동시에 그를 괴롭혔던 존재였어요.

요압(יוֹאָב:여호와는 아버지)는 즈루야의 아들로 다비드의 조카였어요.

언제부터 다비드와 함께했는지 알 수 없지만 다비드의 가장 뛰어난 군사령관이었죠.

그의 형제인 아비샤이나 아사헬이 용맹한 장수로 소개되는 데에 비해,

그는 용맹으로 소개되지는 않아도 다비드의 일생에서 많은 전공을 남겨요.

 

1. 비열한 복수

이쉬보셋의 용사인 아브넬이 다비드에게 항복하자,

요압은 조용히 아브넬을 불러서 암살해 버려요.

동생 아사헬의 복수를 위한 것이었지만,

이것은 다비드도 저주할 정도로 위험하고 비열한 행동이었어요.

샤울 시절부터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장군인 아브넬을

적도 아닌 아군이 된 시점에서 암살해 버리면,

이스라엘 전체의 지지를 잃을 가능성도 있었거든요.

당시 이스라엘은 에프라임 가문이 중심이었고,

예후다 가문은 다비드가 왕이 되기 전까지는 다소 소외된 가문이었어요.

동생의 복수도 있었겠지만, 예후다 가문을 중심으로 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을 거에요.

그리고 아브넬로 인해 서열이 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적 처단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것은 다비드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던 것은 확실해요.

 

2. 왕의 요청을 무시

이후, 예루샬라임 정복전에서는 수로를 이용한 침투작전으로 예루샬라임을 정복했고,

이 공적으로 사령관에 임명되요.

암몬과 아람 연합군과의 전쟁에서는 동생 아비샤이와의 양동작전으로 크게 승리하죠.

하지만 여기서 다비드의 명령으로 충신 우리야를 격전지로 보내 전사하게 만들어요.

아브샬롬의 반란 토벌전에서는 다비드가 아브샬롬을 죽이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요압은 아브샬롬을 무참히 살해하고 돌무더기로 시체를 덮어버리고 말죠.

심지어는 다비드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자,

뻔뻔하게도 반란군의 수괴를 위해 슬퍼하지 말고 승전한 자들을 위로하라고 요구해요.

다비드는 요압의 직위를 박탈하고 아브샬롬의 사령관이었던 아마사를 그 자리에 임명해요.

 

3. 왕을 뛰어넘는 권세

아브샬롬의 토벌전이 끝나고 다비드가 예루샬라임으로 귀환하자,

예후다 가문만 환영하는 일이 벌어져요.

다른 가문들은 자신들을 소외시켰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비크리의 아들 셰바가 반란을 일으키고 말아요.

이것은 반 다비드, 반 예후다의 기치를 든 민중봉기였어요.

항장 출신인 아마사로는 군대가 소집되지 않고,

다비드는 어쩔 수 없이 아비샤이에게 토벌을 명령하게 되요.

그러자 아비샤이는 형인 요압을 제멋대로 복귀시켜 버려요.

아비샤이는 분명 다비드의 충신이기도 했지만,

형인 요압을 맹목적일 정도로 따랐거든요.

요압은 사령관으로 복귀하자마자 아마사를 불러 암살해 버리고 말아요.

요압이 복귀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요압의 부하들과 예후다 가문의 남자들,

심지어는 아마사의 부하들까지 합류하며 군대는 급속히 늘어나고 사기도 올랐어요.

요압은 적군에 내분을 일으켜 셰바가 살해 당하게 만들죠.

이 사건으로 요압은 자신이 이스라엘 최고의 권세를 가졌다는 것을 다비드에게 각인시켜요.

 

4. 왕위계승에 개입

다비드가 노환으로 병석에 눕자,

요압은 아도니야를 차기 왕으로 지지하며 제멋대로 대관식을 여는 만행을 저질러요.

자신이 모살한 우리야의 아내였던 밧셰바,

그녀의 아들인 쉴로모가 왕이 된다면 그 원한을 피하기 어렵다는 계산도 있었죠.

그리고 아도니야라면 자신이 섭정으로 그를 조종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다비드는 쉴로모를 차기 왕으로 선포하며 정식으로 대관식을 진행해요.

요압은 이 사실을 알고 놀라서 도망가죠.

다비드는 쉴로모에게 이렇게 유언을 남겼어요.

"너는 요압이 내게 한 짓과, 아브넬과 아마사 에게 한 짓을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러니 너는 지혜롭게 처신해서, 백발이 성성한 그가 평안히 죽지 못하게 해라."

 

5. 예정된 최후

쉴로모가 왕위에 등극하자,

아도니야는 다비드의 간병인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해요.

당시 선왕의 후궁을 가지는 것은 왕위를 계승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었어요.

쉴로모는 크게 분노해서 아도니야를 처형하고,

대사제 아비아탈을 해임하고 쫓아내요.

그리고 브나야에게 이민족으로 구성된 근위대를 맡겨 요압을 토벌하게 하죠.

예후다나 이스라엘의 다른 가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요압에게 영향을 받을 게 없었거든요.

요압은 브나야를 저지할 수 없게 되자,

성막으로 도망가서 제단 뿔을 잡으며

"나는 여기서 죽겠다!"

라고 말하고 악착같이 버텼어요.

설마 하나님의 장막에서 피를 보지는 않을 거라는 비열한 계산이 있었죠.

쉴로모는 고의적인 암살을 계속해온 반역자가 흘리는 피는 그에게로 돌아갈 뿐이라며

결국 그를 죽이라고 명령하죠.

이스라엘 최고의 명장이면서 최고의 권신인 그는 그렇게 허망하게 사망하고 말아요.

 

6. 사후에도 남은 악영향

쉴로모는 이후로 많은 숙청을 자행한 탓에,

인재 부족에 군사력 약화를 불러오고 말아요.

결국 다비드가 손에 넣었던 땅의 상당수를 에돔과 아람에게 빼앗기고 말죠.

그리고 왕권강화를 이루긴 했지만,

요압의 숙청으로 왕가의 지지 기반인 예후다 가문을 약화시키게 되었어요.

이것은 쉴로모 사후 나라가 분열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죠.

요압이 위험한 존재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대체자를 생각하지 않은 숙청은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죠.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요압.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했던 다비드와는 달리 그는 권력에 의존했고 권세만 추구했어요.

나라의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넣은 그는,

나라의 운명마저도 뒤흔든 존재가 된거죠.

심지어는 죽기 전에는 하나님의 신성을 이용하려고까지 했어요.

과연 그에게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있었는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겠죠.

권세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사람의 힘보다 위대한 것이 무엇인지,

이 사람의 삶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