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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말씀/말씀 뜯어보기

야고보서(에피스톨레 이야코부)

개념이 잡히면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죠.

이전에 파울로스의 서신은 신앙생활의 이론서라면,

이 책은 신앙생활의 실습서에 비유할 수 있어요.

 

이 책의 원제는 Ἐπιστολή Ἰακώβου로 '야아콥의 편지'로 해석될 수 있어요.

다만 지금까지의 서신들과는 달리 προς(프로스)가 아니라,

Επιστολη(에피스톨레)라는 단어를 사용한 게 특이하기는 해요.

이것은 편지를 의미하며, 동시에 명령, 지시, 유언도 의미하거든요.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라기보다는 누가 썼다는 부분에 중점을 둔 제목이죠.

개념의 설명을 중심으로 한 다른 서신들에 비해,

실천을 촉구하는 느낌이 짙기도 해요.

이 책의 주제는 '실천으로 증명되는 믿음'이에요.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구분될 수 있어요.

  1. 신앙인의 고난
  2. 믿음과 실천
  3. 인내와 기도

파울로스의 디카이오스(이신칭의)에 대치되는 내용이라고 해서,

정경에서 이 책을 제외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분명 파울로스는 디카이오스를 강조했지만,

서신의 후반부에는 신앙인의 변화된 삶도 여러 번 강조했어요.

모범이 되는 선한 생활(실천)도 필요하다고 피력한 것이죠.

티모테오에게 쓴 편지만 봐도 '에우세베이아(경건)를 이루기 위해 단련하시오'라고 권유해요.

 

교회에서는 흔히 신앙인의 변화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고 하더군요.

  • 칭의(δικαίωσις:디카이오스) : 믿고 의로워 지는 것
  • 성화(αγιος:하기오스) : 세상과 구별되는 것
  • 영화(ἄμωμος:아모모스) : 순수해 지는 것

저 단계가 반드시 정확하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로마서의 기본 구성과 비슷하기는 해요.

다만 일반적으로 디카이오스에서 멈춰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의로워 지고 무엇이 변했는지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변화라는 것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야아콥은 파울로스의 디카이오스에 대치된 것이 아니라,

하기오스를 더 구체적으로 보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책은 선행, 그 중에서도 자선을 강조하고 있어요.

야아콥은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행동에 경고했어요.

주변 성도를 판단하지 말고, 말조심하고, 부자들을 경고하며

인내와 겸손이 있는 신앙생활을 강조했죠.

현대 기독교를 보면 교회 내부의 봉사는 많지만,

이웃의 어려움을 돌아보는 모습은 많이 부족한 편이에요.

게다가 교회 안에서도 재산과 사회적 지위로 계층이 나뉘는 모습이 종종 보이죠.

신앙인이 세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선한 모습이여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 밖에 몰랐던 이기적인 사람에서,

이웃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믿음으로 변화된 모습을 증명하는 확실한 방법이면서,

인류를 위해 희생한 예수의 삶을 닮아가는 길이 아닐까요?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매일 먹을 양식도 없는데,

여러분 가운데 누가 그들에게

“잘 가라. 따뜻하게 지내고 배불리 먹으라”고 말하며

육신에 필요한 것을 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믿음도 행함이 없으면 그 자체가 죽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