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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생각/삶 돌아보기

정경과 제2경전

흔히 교회에서는 성경을 구약 39권과 신약 27권으로 구분해요.

이 66권을 '정경(Canon)'이라고 말하고,

이 안에 포함되지 않은 책들을 외경 또는 '숨겨진 문헌(αποκρυφα:아포크리파)'이라고 말해요.

이 외경은 Second Canon(제2경전)이라고도 하죠.

개신교와 카톨릭, 정교회들마다 정경의 범위가 달라요.

참 이상하죠? 성경은 하나의 진리인데 왜 정경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게 된 걸까요?

그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이 구성되는 과정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기원전 540년 경에는 오직 토라(모세5경)만 인정 받았어요.

헬레니즘 시대인 기원전 250년 경에는

70명의 랍비가 토라와 느비임, 케투빔 등 히브리어로 된 문헌들을 그리스어로 번역했죠.

이것을 '70인역(Μετάφραση των Εβδομήκοντα:메타프라조 오 에브도메콘타)'이라고 해요.

히에로니무스는 70인역을 라틴어로 다시 번역했는데 이것을 '불가타(Vulgata)'이라고 해요.

 

구약의 경우 유대교에서 어느 정도 정립되어 있었지만,

신약은 여러 종류의 책이 나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367년이 되어서야 성 아타나시오에 의해 지금의 27권이 지정되죠.

 

이후 397년에는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이 70인역 중 에스드라서 3권과 4권,

그리고 메나셰의 기도 등을 제외한 46권을 구약으로 확정했어요.

(참고로 에스드라서 1권과 2권은 각각 에즈라와 느헴야와 같은 내용이에요.)

히에로니무스는 번역할 때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제외한 책들을 참고용으로 첨부했어요.

 

한편 시대가 흐르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람어를 쓰고,

히브리어는 점차 잊혀져 가게 되었어요.

게다가 히브리어는 자음으로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읽는 법조차도 애매해 졌죠.

그래서 7세기에는 히브리어 학자들이 모음을 추가해서 사본을 작성하기 시작했고,

10세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표준이 정해진 사본이 완성되었어요.

그것이 바로 마소라 사본이죠.

 

마소라 사본에서 구약 39권이 정립되지만,

기원전 400년경에 말라키가 작성된 이래 무려 1300년이라는 시간차는 구성의 정확도에 의구심을 가지게 했어요.

그래도 이 사본을 기준으로 작성된 알레포 사본과 레닌그라드 사본이 발견되면서,

구약 39권은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시나이 사본이 발견되면서 신약 27권은 그 신뢰를 유지할 수 있었죠.

바티칸 도서관에서도 상태가 좋은 사본이 발견되었지만,

고의적으로 삭제된 구절들이 있었기 때문에 사본들 중에서는 신뢰가 약한 편이에요.

 

이렇게 해서 이 사본들의 구성을 토대로 각 교파는 구약 정경을 확립했어요.

(신약은 공통적으로 27권으로 인정되었죠.)

  • 정교회는 70인역을 기준으로 51권
  • 카톨릭은 불가타를 기준으로 46권
  • 개신교는 마소라를 기준으로 39권

하지만 가장 오래된 사본인 사해 사본이 20세기 중반에 발견되면서,

이 구성에 다시 한 번 논란이 생기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위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된 책들마저도 히브리어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었죠.

후대에 기록된 위서로 취급된 책들이 가장 오래된 사본에 포함되어 있자,

학계는 굉장한 혼란에 빠지게 되었어요.

 

제2경전의 구성은 다음과 같아요.

  1. 토빗 : 카톨릭, 정교회
  2. 유딧 : 카톨릭, 정교회
  3. 쉴로모의 지혜서 : 카톨릭, 정교회
  4. 벤 시락의 집회서 : 카톨릭, 정교회
  5. 바룩, 이르메야의 편지 : 카톨릭, 정교회
  6. 마카베온 1, 2권 : 카톨릭, 정교회
  7. 마카베온 3권 : 정교회
  8. 에스드라 3권, 4권 : 정교회
  9. 메나셰의 기도 : 정교회
  10. 시편 151편 : 정교회

이 책들은 이스라엘의 문화, 성격, 신구약 중간 역사 등을 담고 있어요.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의 세계를 잘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이 책들이 정경에서 제외되고 마치 금서인 것처럼 취급되면서,

교회는 성경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죠.

그리고 그 부족한 부분을 목회자들의 상상력으로 채워 넣으면서,

교회는 점차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되어 버렸죠.

 

신앙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알아야 해요.

하나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을 알아야 하죠.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의 세계를 알아야 해요.

제2경전의 가치는 성경의 세계를 이해시키는 것에 있어요.

교회는 신앙적인 내용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제2경전을 제외시켰고,

그 결과 성경의 세계를 모르고, 성경을 애매하게 받아들이고,

하나님을 오해하고, 자신들이 인위적으로 구축한 신앙에 갇혔어요.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고, 신앙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배제 시켜도 되는 성경은 없어요.

사해 사본의 발견과 현대 교회의 부패는 어쩌면

성경 자체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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