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용]서의 생각/삶 돌아보기

흐르는 시간, 특별한 시간

우리는 시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단지 세월, 때, 시간, 시기 등으로 뭉쳐서 이해하고 있지만,

성경에서는 그 의미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흘러가는 시간과 특별한 시간으로요.

 

대표적으로 구약의 히브리어를 보게 되면,

욤(יום)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어요.

이 욤은 때, 날, 특정한 시기를 전부 포괄하고 있죠.

대표적으로 속죄일인 욤 키푸르(יום כיפור)를 들 수 있어요.

그리고 시간의 어떤 지점(시기)를 의미하는 단어로

즈만(זמן)과 에트(עת)가 있고, 절기에 사용하는 모에드(מועד)가 있어요.

구약에서는 흘러가는 시간보다는 특정한 시기(Timing)을 강조한 것 같아요.

 

신약의 코이네 그리스어를 보게 되면,

두 가지 개념을 나눠서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바로 크로노스(Χρόνος)카이로스(Καιρός)죠.

둘 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시간의 신으로 등장하기도 하죠.

크로노스는 흘러가는 모든 시간(세월)으로, 절대적인 시간을 의미해요.

카이로스는 지정된 시기(시점), 기회가 있는 순간 등을 의미해요.

예슈아가 말하는 '때가 찼다'에서 이 때도 바로 카이로스죠.

그 후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간은 신약에서 여러 번 사용되요.

 

우리가 주일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할 때,

매주 반복되는 일요일은 실은 크로노스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만약 일요일이라는 그 시간에 얽매여 형식적이고 의미 없는 예배가 되었다면 더욱 그렇죠.

1년에 50회가 넘는 예배가 반복되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예배는 몇 번인가요?

매주 반복되는 일요일보다는, 일상 속에서 하나님과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그 일상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남는 카이로스가 될 테니까요.

 

흘러가는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특별하게 추억하는 시기가 있어요.

수 십년을 살아왔다고 할 때, 그 모든 시간을 기억하지는 못 하죠.

하지만 추억으로 남은 그 시점은 생생하게 남아 언제든지 회상하곤 하죠.

2년의 군생활은 반복 속에서 잊혀지는 크로노스지만, 제대하는 순간은 잊지 못할 카이로스죠.

10개월의 임신기간은 괴롭게 흘러가는 크로노스지만, 출산의 순간은 잊지 못할 카이로스죠.

모두가 크로노스를 살아가지만, 그 속에 많은 카이로스를 가진 사람의 삶은 정말 행복할 거에요.

 

영생을 꿈꿨던 수많은 교회들.

구약의 올람 하바와 신약의 조에 아이오니오스는 영원한 삶을 의미하지 않아요.

'다가올 시대'와 '시대의 삶'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특별한 나날들이에요.

무의미한 크로노스가 끝없이 펼쳐지는 삶이 아니라,

영원히 기념하고 영원히 기억될 카이로스가 가득한 삶이에요.

 

구약의 하노크는 300년을 하나님과 함께 살았다는 기록을 남겼어요.

반면, 메투셸라는 969년이나 살았지만 최장수의 기록 외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어요.

신약의 예슈아는 3년의 시간 동안 많은 교훈과 능력과 소망을 남겼어요.

969년의 크로노스와 3년의 카이로스,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용]서의 생각 > 삶 돌아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죄수의 꿈  (0) 2020.05.06
주기도문, 기도하는 방법  (0) 2020.04.29
언약은 의무가 아닌 변화  (0) 2020.04.15
영혼의 개념이 완성되기까지  (0) 2020.04.08
피하고 싶은 지옥  (0) 2020.04.01